[뷔민]화양연화_09



태형이 노골적으로 선을 긋는 태도에 결국엔 형들도 눈치를 채고 우리 둘을 불러 아직도 싸운 게 안 풀렸냐고 물어왔고 아니라고 답하는 나완 달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태형이 때문에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다.
아마 태형이 저렇게까지 형들 앞에서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건 순전히 나 때문 일거다.
팔찌 사건 이후 좀처럼 방에도 안 들어오고 나만 보면 피하는 태형이 때문에 답답해서 태형이에게 그렇게 정 불편하면 내가 방을 바꾸겠다고 하니 왜 말을 안 했냐면서 뭐가 그리 당당하냐면서 물어오는걸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니 답답하니 뭐라도 말을 하라고 말하는 태형이의 언성에 결국 남준이 형이 방으로 들어왔고


"너네 둘 도대체 왜 그래? 컴백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뭐 때문에 그래? 김태형?"

남준이 형의 물음에도 입을 꾹 다물고 말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는 태형이 때문에 전전긍긍해서 눈치만 보고 있자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남준이형 시선에 고개만 숙였다.


"둘 다 말 안 해? 이래 가지고 컴백해서 잘도 되겠다.
너네 둘 때문에 숙소 분위기 엉망인 건 알지?"


죄송하다는 내 말에도 형의 화는 누그러지지 않았고
셋이 대치되는 상황에 숨 막힐듯한 분위기를 깨고 문을 열고 윤기형이 들어왔다.


"남준아. 애새끼들 오늘 좀 맞아야겠다.
넌 머리 좀 식히고 있어- 둘 다 나와."


윤기형은 편하다가도 어려웠다.
차가운 외모와 달리 정을 주면 한 없이 자기 사람에겐 아낌이 없어서 힘들거나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주는 형에게 의지를 많이 했기에 형의 한마디는 절대적이었다. 그런 형에겐 뭐든 숨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때 형에게 들켰던 작업실 이후로 의식적으로 피해 다녔기에 지금 이 순간 제일 마주하기 힘든 두 사람과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피로가 몰려왔다.


"둘 다 말 안 할 거고. 서로 풀 생각도 없는 거지? "

작업실에 들어서서도 아무 말이 없는 태형이와 나에게 한 번 시선을 준 형의 얼굴은 표정을 읽을 수가 없었고 의자를 끌어다 앉으며 우리에게 물어왔다. 아까와 똑같이 입을 꾹 다문 태형일 대신해 난 고개를 숙였다.


"형- 저희 빨리 풀게요. 걱정 끼쳐서 죄송해요."
"그놈의 죄송하다는 소리 좀 그만해! 죄송한 줄 알면! 일을 왜 이지경으로 만드는데 미안한 줄 알면 그만하면 되겠네"
"태형아..."

나란히 소파에 앉아있던 몸을 일으키더니 나를 향해 퍼붓는 폭언과도 같은 태형이의 말에 충격을 받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의자에 앉아있던 윤기형이 몸을 벌떡 일으켜서 태형이 얼굴을 향해서 손을 추켜올렸을 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혀...형!"
"놔. 놔라 박지민.
너 미쳤냐? 눈에 보이는 거 없어?"
"눈에 보이는 거 없는 건 박지민이겠죠."


평온해 보이는 형의 얼굴과는 달리 붙잡고 있는 팔에서 느껴지는 형의 분노에 형에게 매달리다시피 하며 태형이에게 그만하라고 우리 둘 문제 아니냐고 하니 어째서 둘만의 문제냐면서 언제까지 얘기 안 할 작정이냐면서 냉정한 태형의 목소리에 힘이 빠졌다. 태형이 저렇게 까지 싫어할 거라고 생각을 안 해서 너무 충격이었다.


"뭔 소리야?"


붙잡고 있던 형의 팔도 놔버린 채로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있으니 답답한 정적이 이어졌고 명치 깨에서 꽉 막힌 듯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걸 간신히 쥐어짜 내서 내뱉고 말았다.
마지막 자존심과 같던 그 와의 관계를.
등 떠밀리듯이 내 입으로 얘기해야 하는 현실에 혐오감이 들었지만 사실을 말할 수 없는 거짓된 이 순간이 너무 싫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저..최현 선배님..이랑 만나고...있어요"
"하...너 고작 이 것 때문에 지민이 한테 이러는 거야?
김태형. 대답해 연애하는 게 문제라면 너는? pd님도 뭐라고 안 하시는데 네가 왜?"
"형 알고 있었어요? 허..다 알고 있는데 지금까지 그냥 둔거예요 쟤를?"



내가 어떤 심정으로 용기를 내서 고백하는 건데 그걸 알리 없는 태형이의 구겨진 표정에 윤기형이 대신 감싸주며 태형일 혼내듯이 차갑게 대하는 모습에 마음속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이어지는 둘의 설전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청히 서있던 나는 결국 태형이의 뺨을 때리고 말았다.
계속해서 윤기형에게 대드는 태형일 보는 것도 것도 괴로웠고 형이 나 때문에 굳이 엮이지 않아도 되는 문제로 어린 동생들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을 필요 없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태형이 얼굴을 내리치고 말았다. 벌겋게 달아오르는 볼에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태형이가 내뱉는 말이 더 아파서 순간엔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야...너 형한테! 태형아 차라리 나한테 얘기해.
형 죄송해요.....팀에 피해 안 가게 할게요"


꽉 막힌듯한 울음 섞여 나오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태형일 바라보니 어이없다는 듯 나를 노려보는 시선에도 떨려오는 다리에 힘을 주고 등을 꼿꼿이 세우고 버텼다. 잔뜩 굳어진 내 표정에 윤기형은 나가 있으라며 등을 떠밀었지만 더 험악해질 것 같은 분위기가 걱정이 돼서 머뭇거리며 버티고 있으니 네가 시원하게 한대 쳤으니까 때릴 필요 없다면서 잠시만 자릴 비켜달라는 형의 말에 작업실 문을 열고 나왔다.
무의식에 제법 세게 때렸는지 손가락이 아려오는 느낌에 주먹을 꽉 쥐어봐도 때린 그 감각이 손 끝에 맴돌아서 아파왔다.




"후우- 김태형 너 이것밖에 안 되는 놈이야?"
"그러면 형은 같은 남자 좋아한다는 쟤 편이에요?"
"편이 어딨어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데 더 이상 뭐가 필요해. 지민이도 지금 많이 혼란스러워서 힘들어하는데 너까지 왜 그래? 니들 우정 대단한 것처럼 굴더니 이따위 밖에 안되는데 나라도 응원해줘야 되지 않겠냐"

격양된 언성으로 말하는 태형과는 달리 평정심을 유지한 채 태형을 무시하는듯한 말로 긁는 윤기의 말투에 태형의 주먹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걸 보고 윤기가 그러다 한 대 치겠다며 싸늘하게 대꾸했다.


"형은..형...사람들이 지민이 더러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게 뭐가 중요해. 그것도 두 사람 문제고. 지민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야. 꽃길만 걷고 남들에게 인정받아야만 그게 연애야? 그러다 헤어지면 그건 둘의 사랑이 그만큼 밖에 안 되는 거겠지. 넌 그냥 옆에서 축하해 주면 돼 그거 못하겠으면 그냥 지켜봐 주면 되고"
"나는...전..형 생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요"
"팀에 문제가 생겨도 그것 또한 우리 운명이겠지. 우리가 그거 이겨내려고 팀인 거 아니야? 그리고 그렇게 지민이를 겪고도 모르겠냐. 쟤가 우리한테 피해가게 행동할 애야?"


서로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한창을 답답한 대화를 이어가던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정적이 흐르자 윤기는 말문이 막혀 잠시 머뭇거리는 태형을 놓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너도 결국엔 지민이가 걱정인 거잖아. 말 못 한 이유는 보다시피 인정받지 못하니 말 못 했을 거고. 아니 멤버들한테 알리고 싶지 않았겠지"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에 작업실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어 봐도 들리지 않는 대화에 한참을 기대앉아있다가 연습실로 들어왔다. 진정되지 않는 마음에 불 꺼진 연습실 한구석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팀에서 민폐덩어리로 전락한 게 너무 미안하고 괴로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막막했다.
고민 있고 힘들 때면 태형이에게 상의하고 의지를 많이 했기에 아무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길 잃은 어린애가 돼버린 거 같아서 슬퍼졌다.


"형...."
"왜 궁상 떨고 앉았냐 또. 나와"

열린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구원처럼 비춰왔다. 혼자 서있는 윤기형은 보기에도 어색한 미소를 지어주며 나를 불렀다.

"태형이 먼저 보냈어. 형이랑 맥주 한 잔 할까?"

다시 작업실에 마주 보고 앉았다.
냉장고에서 꺼낸 캔맥주를 따는 형의 손만 바라보고 있으니 아직도 말 할 생각 없냐는 형의 질문에 가만히 숨을 삼키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숨기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형들한테 말하는 건 용기가 안 났어요...남자..는
최현 형이 처음이라서...혼란스럽고 또 저 때문에 방탄에 문제라도 생기면 저 진짜 못 참을 거..."

매여오는 목에 손에 쥐고 있던 맥주를 들이켰다.
가만히 내 말을 들어주고 기다려주는 형 때문에 긴장이 조금 풀려서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형한테도 제가 먼저 말했어야 되는데...그때는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태형이도 그런가 봐. 네가 걱정돼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라 받아들이는 입장도 혼란 스러울 테니까. 멤버들 한테도 차차 얘기하자 다들 태형이처럼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으니까 네가 조금 힘들더라도 기다려"
"미안해요. 형"
"태형이 말대로 그 빌어먹을 미안하단 소리 좀 그만해라! 그나저나 박지민 능력 좋다. 남친이 너무 대단하신 분이라서"

자꾸만 가라앉는 분위기에 형은 눈치껏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고 다른 얘기로 말을 돌렸다. 도대체 어떻게 만나게 됐냐면서 협박당하고 있거나 저당 잡힌 거 있는거 아니냐면서 우스갯소리로 하는 윤기형 말에 순간 표정관리가 안될 만큼 뜨끔 했지만
그냥 우연히 만나다가 아니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됐다며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형이 태형이와 대화는 많이 했지만 아직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 같다며 당분간은 그냥 내버려두라고 해와서 태형이와는 결국엔 도돌이표였다.
그래서 그 날 윤기형 작업실에서 태형이 뺨을 때린 것도 사과하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
콘서트 준비와 컴백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내 문제 만으로 신경 쓰고 눈치 볼 새가 없어서 태형이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지나간 게 내내 마음에 걸렸다.





" 야! "

몸이 기울 만큼 당기는 힘에 뒤로 끌어당겨지니 내 어깨를 감싸고 놀란 태형이의 음성에 정신이 돌아왔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코 앞을 스치고 지나갈 만큼 빠르게 사라지는 오토바이 뒤를 멍청히 쳐다보고 있으니 많이 놀랐는지 욕을 잔뜩 퍼부우며 걱정해오는 태형이 때문에 심장이 더 난리가 났다.

"정신을 어따두고! 괜찮나? 이 좁은데 오토..."
"아...고마워. 고마워 태형아"

며칠 상간이지만 어색하고 불편한 기류가 완벽하게 사라질 수는 없어서 아직은 좀 서먹했지만 태형이 먼저 말을 걸어준 것만으로 많이 발전이 돼서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툴툴대는 타박에도 정신 나간 애처럼 배실되며 웃음이 나와서 태형이 눈치를 보면서 계속 말을 걸었다.













느리게 가는 글에 답답할 수도 있지만...
답답하시쥬?.......
제 마음은


얼른 쿵떡쿵떡 철썩철썩 퐈이어 불타오르네
싹 다 불태워라 전부 다 불 태워 버릴거야
오늘 좀 마인드 컨트롤이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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