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민]화양연화_24
[네- 게릴라 데이트 오늘의 주인공은 영화 동창생으로 흥행신화를 쓰고 있는 충무로 대세 배우 최현 씨와 함께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포마드로 한껏 넘긴 머리와 몸에 꼭 맞는 수트를 갖춰 입고 화면으로 걸어 들어오는 최현의 모습은 남자가 봐도 멋있었지만 배알이 꼬였다. 심드렁하게 옆에 앉아 있던 정국이 놈도 눈을 반짝이며 멋있다고 하며 자리를 고쳐 앉는 모습에 더 꼴 보기가 싫어졌다.
공백기였던지 한동안 티비에 잘 안 나오더니 영화 때문에 방송 출연을 하는 모습을 보니 짜증 났다. 쿨하게 여기려고 해도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았어서 그런지 정이 안 갔다. 우리가 잘 되고 나서 이후에 최현과 어떻게 된 거냐고 넌지시 물어봐도 대답을 피하는 지민이 때문에 그냥 말하고 싶지 않은가 보다 해서 더 깊게 묻지 않은 게 후회가 될 줄이야...
집중해서 보고 있는 형들 때문에 채널을 돌리기는 텄다 싶어 방에 들어가려 소파에서 일어나려고 했는데
근데 이상하게 느낌이 싸했다.
[최현씨의 연관검색어 집중탐구입니다]
[2위, 의외의 친분입니다. 들어보셨나요?]
[아- 예 ]
[잘생긴 배우분들과 자주 모이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절친 인증!]
형들이랑 정국이가 하는 소리는 귀에 안 들리고 화면에 나오는 사진 때문에 소파에 다시 앉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 촬영하면서 친해진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함께 사석에서 찍은 사진 다음으로 짙게 썬팅이 된 운전석은 보이지 않고 조수석에 문을 열고 타려는 지민의 사진이 찍혀있는데 무슨 밀회라도 하는 사람처럼 찍힌 사진에 거슬린 것은 나뿐이었다.
"오아- 저 저 지민이 형 아니에여?"
"지민이네- 대박! 아 지민이 최현 선배님이랑 친했어?"
"저때도 저 최현 선배님이랑 통화하는데 옆에 있었잖아요! 지민이 형이랑 엄청 친한 거 같던데요"
정국이의 놀란 음성에서 부러움이 느껴졌다.
그러게 형도 아직 연락하는 줄 몰랐어 인마.
어떻게 반응해야 되니 여기가 헐리웃도 아니고 엑스 보이프렌드도 쿨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지 지금 내가... 머리색을 보니 최근 사진은 아닌 것 같은데 배우들과 찍은 사진이 많았지만 아이돌 그룹은 지민이가 유일했다. 저러니까 이상한 찌라시가 돌 수밖에 없지 모르는 사람이 봐도 사진이 굉장히 묘했다. 아니 일부러 이슈를 위해서 저런 사진을 셀렉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배우분들은 앞전에 방송 출연을 같이 하셨으니까 오늘은 요즘 대세 후배인 방탄소년단에 지민씨 에게 전화연결 어떻습니까?]
[아- 지민군은 요새 바빠서 제가 연락을 잘..]
[에이 팬분들이 제일 궁금해하시는 의외의 친분인데요! 전화연결했나요? 아, 연결 중이라구요?]
[진짜 리얼이네요, 후 안받으면 절친 아닌 거죠?]
어색하게 웃으면서 괜히 옷매무새를 만지는 최현은 진짜 당황한 건지 연기인 건지 구분이 안 가게 불안해 보이는 척 연기를 했다.
"저거 지금 생방이야?"
"네 생방 어? 지민이 형 지금 연습실일 텐데"
스피커폰으로 연결된 지민이의 핸드폰 수화음이 점점 길어지자 불안해 보이던 최현 표정은 오히려 편해 보였다. 길어지는 수화음에 실패인 것 같다고 아쉬운 척 입을 떼려는 최현의 모습을 뒤로하고 지민이 목소리가 들렸다.
'네- 형'
[응- 아 지민아, 어디야]
'저 연습실이요'
[밥은 먹었어?]
'아직이요- 형은요?'
안무 연습 중이었는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연스럽게 지민이 안부를 묻는 최현의 모습에 둘이 자주 연락을 하는구나 느껴졌다.
[너가 안 먹었는데 나도 안 먹었지]
'크큭- 뭐에요? 형 촬영 있다고 했지 않아요?"
[응. 지민아 사실은 촬영 중이야 ]
'........'
[지민아-]
'아진짜- 혀엉 뭐에여'
[너랑 절친 인증을 많은 분들이 원하시더라고, 전화받아줘서 고마워]
'에에 제가 더 영광이죠! 저희 절친 맞습니다~'
핸드폰으로 타고 흘러나오는 박지민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리포터와 최현까지 홀렸다. 입가에 연신 미소를 띠며 통화를 하는 최현은 단순히 후배에게 애정이 어려서 고백을 한다기보단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아우- 두 분 너무 달달해서 배가 아픕니다! 안녕하세요 지민씨 한밤의 중계 이현주입니다]
'어- 안녕하세요!'
[시청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려요]
'아 안녕하세요 방탄소년단 지민입니다! 현이형 영화 촬영 한다고 고생 많으셨어요 영화 진짜 대박 재밌으니까 많이 보러 와 주세요 동창생 화이팅 최현 화이팅'
[혹시 미리 짜셨나요. 너무 자연스러운데요! 지민 씨, 의외의 친분에 지민 씨가 순위에 랭크되셨어요, 두 분 바쁘실 텐데 자주 친분을 유지하시나 봐요]
'아 현이형이 맛있는걸 정말 많이 사주셨어요, 또 저희보다 선배시다 보니까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진짜 지민 씨 밑으로 들어간 밥값을 생각하면...하아]
'어...저희가 아직 정산을..'
우리 지민이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지가 돈 갖고 애 꼬시려고 뭔 짓을 했길래, 생방이다 보니 흐름이 약간씩 끊기기도 하고 뭔가 어색함이 맴돌아서 그런지 유난히 더 오버한듯한 지민이 목소리가 낯설어서 어색했다.
[어쩜- 센스 있게 정말 귀여워할 수 밖에 없는 동생이겠어요]
[네- 제가 좀 많이 아낍니다]
[그럼 두분의 우정이 오래가길 바라면서 공약을 하나 할까요?]
[음...그럼 예상 관객수로 할까요? 지민씨가 정해주시죠]
'그럼 형 밥은 어렵게 먹어야 더 맛있으니까 300백만? 은 너무 소박하니까 음 500백만 넘으면 거하게 쏘겠습니다!'
[어? 약속 하셨어요! 한밤으로 인증샷 보내주셔야 되요!]
[여러분 저희 투샷을 보고 샆으시면 극장으로 와주십쇼]
얼씨구 아끼긴 니가 왜 아끼는데 내가 부둥부둥 해주고 있는데. 밥 같은 소리하네 내가 상품평 최악이라고 남길거야!
화면 속 세 사람만 신이 나서 웃고 있었다.
[지민 씨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탄소년단 컴백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민아- 고마워]
'네- 형 수고하세요'
달달한 통화연결이 끝나자마자 남준이 형이 박지민을 욕하며 동생 키워봤자 소용없다며 서럽다고 징징대며 방으로 들어갔다.
"뷔형- 형은 최현 선배님이랑 안 친해여?"
"몰라"
"아 진짜 나도 친해지고 싶은데"
여전히 철없는 소리하는 정국이를 보며 나도 방으로 들어왔다. 벙어리 냉가슴도 아니고 속이 답답해왔다. 아직도 연락한다 이거지. 내가 방송을 볼 거라고 생각도 못했겠지 티비보단 숙소에서 항상 게임을 하니까 하필 그 시간에 티비를 봤고 또 하필 둘이 통화하는 장면이고 뭐 지민이도 전화연결이 될 줄 몰랐겠지만 그래도 왜 이렇게 기분이 더럽지 유치하게 연락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두 사람은 쿨하게 지내는데 내가 쿨하지 못하니까 삐뚤어지게 보이는 것 같고
일본에서 지민이 왜 그렇게 짜증내고 화를 냈는지 이해가 가면서 예상치 못한 최현의 등장과 얘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지 머리가 아파왔다. 서로가 다 인 것처럼 지내왔고 지내고 있지만 활동을 할수록 생기는 친분에 또 다른 관계가 생기는 것에 관대한 건 오히려 나였다. 내가 사귄 친구들도 지민이와 친해졌음 해서 소개도 시켜주고 같이 놀기도 했다. 남자들 한정이었지만 이젠 남자들도 안심할 수가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연습이 끝나고 숙소 들어간다고 연락하면 아이스크림을 사 오라던가 꼭 뭘 사 오라고 징징대는데 오늘따라 그냥 조심히 오라고 답하는 문자의 분위기가 싸한 게 평소와 달라서 이상했다. 생각하지도 못한 현이형 한테서 온 전화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오랜만에 온 연락에 잘 지내냐는 안부인사와 갑작스러운 전화연결에 당황해서 바보같이 전화를 받고 말았다. 사전에 얘기되지 않는 부분이어서 당황한 목소리가 그대로 방송을 탔을 거라 생각하니 부끄러워서 전화를 끊고 한참이나 멍하니 있었다.
갑자기 놀랬지 오랜만에 연락해서 미안 오후11:51
좀 놀랬는데 으아 방송 어떡해요ㅠ 오후11:52
방송이 끝났는지 바로 문자를 보내온 형에게 답장을 하며 연락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조금의 껄끄러움도 없이 대해오는데 날을 세우기도 철벽을 치기도 뭐해서 아무렇지 않게 대했고 다음에 정말 밥이나 한 끼 하자며 건네는 그의 말에 알겠노라 답하며 끝인사를 건넸다.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게 진짜 별일 아닌데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워지고 티가 나게 돼서 좀 그랬다. 출발한다는 지민이의 문자에 알겠다고 답하면서도 오면 티 내지 않고 그냥 넘어가야지 마음을 먹었지만 왔다 갔다 하는 마음에 한참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머리 위로 거품이 잔뜩 인 채로 고개를 돌리고 문 앞에 서 있는 나와 눈이 마주쳤다. 지쳐 들어온 지민인 씻으러 들어갔고 그와 중에도 계속 고민이었다. 말을 꺼내야 하는 건지 그냥 모른 척 지나가야 하는 건지 샴푸 거품이 잔뜩 인 채로 눈을 찡그리고 있는 지민이에게로 다가섰다. 그리고 화장실 문을 닫고 잠갔다.
속에서 천불이 나서 씻고 나올 때까지 참을 수가 없었다.
"야 최현이랑 연락해? 아직도?"
"뭐야? 읏 나 씻고 있잖아! 잠시만 머리 좀 헹구고 얘기해"
"대답 먼저. 왜 최현이랑 연락해?"
심통이 나서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헹구고 있는 샤워기를 빼들고 막무가내로 지민이에게로 물을 뿌렸다. 갑작스러운 물세례에 깜짝 놀라서 뭐하는 짓이냐고 소리 지르면서 구석으로 몸을 피하다가 간신히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다가가서 몸을 끌어안았다.
"태형아"
옷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느낌이 났지만 틈도 없이 끌어안고 당기자 마주 안아오는 지민이의 체온에 금세
마음이 진정이 됐다.
"혹시 방송 봤나?"
"....어"
"화났나? 진짜 그 형한테 아무 감정 없어, 열 받지 마 괜히 니 신경 쓰일까봐 얘기 안 한 건데 미안"
"화 안낼려고 했는데 근데 나 너무 열 받아 존중해야지 하면서도 너한테 내가 첫사랑 이길 바라진 않지만 내가 모르는 시간이 있다는 게 너무 분해 분해서 최현 얼굴 볼 때마다 열 받아! 어쨌든 너가 좋아했던 사람이니까 참아야지 생각했는데"
"난 네가 얘기 안 하길래 괜찮은 줄 알았지"
"괜찮은 게 어딨어!"
"연락 안 했으면 좋겠다 얘기하면 되지 뭘 참아 참기는 바보야"
질투로 범벅되어있을 얼굴을 보여주기 싫어서 계속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니 몸을 뒤로 빼고 얼굴을 붙잡아오는 지민이와 마주했다. 지민이가 질투하면 귀엽기나 했지 욱하는 성질머리는 그냥 넘어가질 못해서 또 애처럼 반응하는 내가 싫었지만 최현은 너무 싫다.
"니가 그랬잖아 말 안 하면 모른다고, 그러니까 앞으로 이럴 일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이런 일 있으면 얘기해줘 나도 꼭 먼저 얘기할게"
"미안.."
"나 막 아무 남자나 좋아하고 그런애 아니거든!
니가 좋은 거라고. 김태형 너라서. 불안해하지 마"
야무지게 얼굴을 붙잡고 얘기하는 지민일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기도 하고 마냥 애기 같이 굴면서 또 이럴 땐 진지한 걸 보면 나보다 훨씬 더 어른 같아 보여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질투한 내가 나쁜 놈처럼 씻어서 뽀얘진 얼굴로 웃는데 너무 귀여워서 이미 전투력 상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새끼 너한테 미련 있는 거 같애"
"진짜 1도 없어, 아니라니까"
계속해서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는 태형일 샤워 부스에서 밀어내며 잔뜩 젖어서 달라붙은 옷이나 벗고 얼른 나가라고 등을 떠밀었다.
"나 진짜 나가?"
"장난치지 말고 빨리 나가라"
"치 호석이 형도 없는데 그냥 나가?"
연애를 하면 유치해진다지만 태형이 때문에 우린 5분도 진지할 수가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최현 형이랑은 내가 좋아서 사귄 거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바보 같다고 할까봐 그리고 자기 때문에 그렇다고 하면 화낼게 분명하니까 말 꺼내는 게 쉽지 않았다. 지금도 저렇게나 싫어하는데 반응이 상상이 안 가서 얘기할 수가 없었다. 또 솔직히 내가 더 태형일 좋아 하다보니까 자존심 때문에 말하고 싶지 않은 것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서 좀 더 우리 사이에 믿음이 더 깊어진다면 그땐 용기 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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