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화양연화

[뷔민]화양연화_35

여의도뽀로로 2018. 3. 31. 00:49

​[뷔민]화양연화_35





아빠 내 좋아하는 사람 생겼다
근데 아빠도 좋아할걸
누군데 아이돌이가? 아빤 Rxid에 솔미가 좋던데
아들 이쁘나?
어 겁나 이쁘다 근데 귀엽다
사진 있나 보여도 봐라
아빠 너무 귀여워갖고 놀래지 말고


여자 친구가 생길 때마다 멀리 떨어져 있어 직접 보여주진 못해도 항상 사진을 보여주며 어떻게 만났고 얼마나 만났으며 항상 궁금해하는 아들의 일상을 공유해야 한다는 약간의 강박이 있었다. 일이 잘될 때마다 항상 부모님께 제일 감사했고 부모님과 가족이 제일 먼저 생각이 났었다. 착한아이 증후군일만큼 부모님께는 최고의 아들이고 싶고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었다. 그랬기에 쉽지 않았고 그랬기에 더 많이 부모님께 사실대로 얘기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는 이중적인 마음에 항상 고민이었다. 오롯이 내편인 그들에게 실망일까
한참을 망설인 끝에 사진첩을 뒤져 아빠에게 건넸다.
긴장감에 손에 땀이 나서 핸드폰이 미끄러질 뻔했다.



“어떻노 아빠”
“아들, 아빠 눈엔 아무리 봐도 야는 지민이 같은데 “
“어 지민이 맞다”



아빠의 어색한 표정이 장난이길 바란듯했다.



“하하 장난이 심하노 아들 모 몰래카메라같은거가”
“아빠”
“와?”
“숨길 수도 있었고 말 안 할 수도 있는데 그 있잖아 진짜 속이고 싶지도 않았고 또 이상하게 말하고도 싶은데 또 아빠랑 엄마가 얼마나 실망하고 상처받을지도 아는데 근데 진짜 나 지민이가 좋아”
“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우리 진짜 사랑해”
“아니 태형아 니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른다 그냥 맨날 같이 있고 이러다 보니까 그게 그냥 하...태형아 아들 니 아직 어려 잠깐 호기심 같은 거야”
“아빠 내 스물셋이다 인제, 알 거 다 안다”
“미쳤네 미쳤어! 돌았나 남자 새끼 둘이서 어,”



잔뜩 일그러진 아빠의 얼굴에선 분노와 혐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황당함 그 자체였다. 결국엔 부서져라 쥐고 있던 핸드폰을 바닥에 집어던졌고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던 엄마가 놀라서 거실로 뛰쳐나왔다.



“여보, 왜 그래? 무슨 일이고 와그라는데?”
“아빠 진짜 지민이 아니면 죽을 거 같은데...”
“닥치라 듣기 싫다!”



화가 나 자리에서 일어선 아빠를 따라 일어나서 붙잡으려했고 미쳐 잡기도 전에 날아드는 아빠의 손에 뺨을 맞고 말았다.



“여보! 왜 이라는데, 여보!”



눈앞이 핑 돌았다. 화가난 아빠의 분노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해서 날아드는 손길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다. 크면서 한 번도 체벌이나 손찌검을 받아본 적 없던 나를 때리는 아빠의 가슴은 얼마나 미어질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지민이와 내가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현실이 이렇게 높은 거라 생각하니 너무 슬펐다. 놀라서 덜덜 떠는 엄마는 아빠로부터 나를 보호하려 아빠의 허리춤을 붙잡았지만 숨죽이고 가만히 맞고만 있는 내 얼굴을 내려치는 아빠의 힘을 연약한 엄마는 당해 낼 수가 없었다.


“여보! 여보 태형이 아빠!”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눈물을 줄줄 흘리는 엄마의 모습에 무릎을 꿇었다.




결국엔 그날로 숙소로 올라왔다. 조용한 숙소는 얼마만인지, 텅 빈 지민이 방 침대에 누웠다. 지민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오롯이 혼자가 되니 눈물이 나왔다. 무섭고 두려웠고 슬프면서도 후련했다. 부모님을 잃을까 가족을 잃을까 두려웠지만 그만큼 지민이를 잃을까 두렵기도 했다. 아무것도 책임질수 없는 현실이 막막하고 답답했다.
가수가 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지만 누군가에겐 꿈이고 사랑인 것도 부담이었고 언제든 그들의 믿음을 져버려 실망하고 떠날 수 있다는 죄책감도 물밀듯이 밀려왔다.

쏟아지는 눈물에 멍하니 누워있었다. 적막을 깨는 진동에 재킷 속 핸드폰을 꺼내드니 타이밍도 절묘하게 지금 제일 보고 싶고 그리운 지민이었지만 꽉 잠긴 목소리는 물기가 가득해서 받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울려대는 핸드폰을 붙잡고 울었다.







이쁘제
다음엔 같이 오자
​울 태태 보고 싶다 오후9:51




시퍼렇게 올라오는 멍을 감출 수가 없었다.
연휴 겸 휴가는 끝이 났고 하나 둘 숙소로 모여드는 멤버들을 피해 침대 속에 숨은 지 삼일쯤 됐을까 제일 그립고 보고 싶은 지민인 역시나 마지막으로 복귀를 했다. 자는 척하며 마중도 하지 않는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부터 눈물이 쏟아졌다.


“벌써 자나 보네”


불 꺼진 방 안에 덩달아 목소리가 작아진 지민인 속삭이듯 저를 어필했지만 이불을 꽁꽁 싸매고 등을 돌린 내 모습에 가만히 머물다 조용하게 나갔다.
숨길 수만 있다면 영원히 꽁꽁 숨기고 싶었다.


멍은 옅어졌지만 계속해서 숨길 수가 없었고 걱정하는 형들 그리고 그중에서 제일 걱정이 가득한 지민인 내 어색한 거짓말에 입술을 삐죽거리며 의심을 했고 나는 우스꽝스럽게 오버를 하며 지민이의 걱정을 덜어줬다.


“내가 인제 순발력이 있어서 이 정도였지 아님 코가 날라갔을 꺼야 워낙에 높아가꼬”
“순발력이 있었음 얼굴부터 넘어지진 않았겠지! 으구 약 발랐나 일로와 봐 보자”
“아놔 내가 그 자전거 17년 탔는데”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도 응급상자를 챙겨서 내 앞에 앉는 지민인 멍이 옅어지는 연고를 짜서 내 얼굴을 붙잡고 야무지게 문질러줬다. 툴툴대면서도 걱정이 가득한 지민이의 손길은 조심스럽기 그지없었다.
너랑 나 우리 가볍지 않은데, 어리지도 않는데 왜 다들 안된다고만 할까 이 손을 놓지 않을 자신 있는데 불안하고 암울한 미래도 우리 함께 이겨내서 지금까지 왔는데 왜 반대부터 하고 부정적으로만 보는 건지 우리가 이상한 건지 뭐가 정상적이고 뭐가 비정상적인 건지 이해가 안됐다.


“얼굴밖에 볼 게 없는데 얼굴을 이래 놓으면 우짜노 진짜 에휴”


툭 튀어나온 입술에 가볍게 뽀뽀를 하며 잔소리를 할 때마다 입술에 쪽쪽거리며 입술을 막아버리자 부엌에 모여있던 형들 눈치를 보면서도 가만히 있는게 귀여워서 지민이의 따뜻한 품 안으로 무너져 내렸다. 너만,그래 너만 있으면 난 괜찮을 거 같아 아니 괜찮아.




짧은 휴식과 함께 또 열심히 활동 준비로 들어갔다.
처음 며칠은 불안하고 겁이 나서 잠도 오지 않고 입맛도 없었다. 연락 한통 없는 부모님 소식에 크나큰 죄를 지은 것 같고 버림받은 것만 같은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계속 예민해져 있었다. 아직 부모님께 제대로 말을 한적도 설득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벌써 지치면 안됐지만 잔뜩 실망하던 아빠 얼굴과 엉엉울던 엄마의 모습은 사실 충격이었다. 언제나 내편일 것 같던 그들이 실망을 해서 충격받은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형..김태형!”
“....어...어? 응 짐나”
“뭐야 너 왜그래?”
“응 뭐가?”


구석에서 멍하니 있던 나를 깨우는 지민이 소리에 정신을 차려보니 또 걱정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하는게 이렇게 힘든 건 줄 몰랐다. 눈치는 없으면서 내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는 귀신같이 알아서 걱정을 해오는데 괜히 서러웠다. 고민이 있으면 서로의 조언자가 돼주고 격려해주고 같이 해결해 나갔지만 지금의 문제는 지민이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지민일 피해보려 슬그머니 엉덩이를 떼니까 옆자리에 붙어 앉아 허벅지를 누르는 손길에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요새 왜 이렇게 넋이 나갔어 무슨 일 있나?”
“아니 일은 무슨! 억,”


진지한 지민이와 나사이를 파고든 정국인 내 목에 팔을 걸어오며 장난을 쳐왔다.


“아 뷔형, 리허설을 왜 하는데요 어?
아주 그냥 지민이 형이 근처만 와도 막 자제가 안되여? 먼지처럼에서 거 계속 지민이 형 보면 돼요 안돼요?”
“어 아니 이제 나도 모르게”
“아 진짜 아마추어같이 에? 공과사 구분 못합니까 뷔씨”
“아이고 미안합니다”



밥 먹고 기분이 좋은지 유난히 업되서 장난치는 정국이의 장단을 맞추며 우리 둘이 만담을 늘어놓으니까 지민이도 어이가 없는지 우리 둘이 하는 양을 보며 같이 웃었고 지민이가 딴생각을 하게 해준건 고마웠지만 2절까지 가는 정국이 때문에 기어코 우리는 입에서 몸싸움까지 했다.



“뷔씨 리허설은 생방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진심을 다해서 맞추는 게 리허설입니다”
“마! 일로 온나, 요새 약간 형이 기분이 좋았다 그자
전정국이가 하늘 같은 형님을 약간 뚜까패네”


졸라 얄밉게도 지민이 뒤로 지 큰 덩치를 숨기며 지민일 앞세워서 요리조리 피하는데 정국이의 힘에 팔랑거리면서 웃는 지민이때문에 이미 정국인 안중에 없었다. 조그마한 거에도 몸을 접어가며 애기처럼 웃는 모습이 좋았다. 몸을 가누지 못해 웃을 때마다 내 품으로 쏟아지는 것도 좋고, 웃을 때마다 잔뜩 휘어지는 눈꼬리도 귀엽고 멍하니 지민일 바라보며 어느새 따라 웃고 있는 내 품으로 지민이를 밀어 넣고는 멀어지는 정국이 뒷모습을 보며 꽉 끌어안았다.





태형아 스케줄 끝나는데로 사무실로 와라 오후5:32



아쉽게도 일주일간의 마지막 무대를 하고 내려온 날이었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받는건 월례행사일까 싶게 피디님과 개인적인 연락을 주고 받는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왜 갑자기, 단체톡방엔 마지막까지 수고했다며 푹쉬고 마무리 잘하라며 와있는 격려인사를 보니 속이 울렁거렸다. 불안하고 왠지 느낌이 좋지 않았다.


단체회식까지 미뤄두고 사무실로 향했다. 막방에 개인약속을 잡은 나를 대게 개념없어하는 형들을 뒤로하고 금방 인사만하고 오겠다며 양해를 구하고 무대의상만 대충 갈아입고 메이크업도 지우지 못한 채 대기실을 나섰다. 뭐라고 핑계를 대야만 할것같았다. 막방후엔 회식을 하는것을 피디님도 알고계신데 그런대도 나를 사무실로 소환했다는건 좋지않은 일임이 분명했기에 멤버들 지민일 걱정시킬수가 없었다. 짐작조차 되지않는 일이 뭘지 고민해봐도 답이 없었다.






“아빠”


긴장된 마음에 열고 들어선 피디님방에 계신 아빠 모습에 무언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에 문고리를 잡은 채로 그대로 멈춰있다 이 상황이 뭔가 황당해 보이는 피디님 모습에 긴장을 삼키며 방으로 들어섰다.
가만히 아빠의 맞은편에 앉았고 불편한 분위기에 피디님은 뭔가 설명이 필요한 얼굴이셨지만 나도 이 상황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아빠의 냉정하고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기다려도 나오지 않는 본론에 한참의 적막이 맴돌았다.



“저, 아버님”
“피디님, 이 놈 태형이 계약 해지 좀 해주십쇼”
“아빠!”
“정말 죄송한데 우리 아니 태형이 계약 아직 남은 거 알고 있는데 이번 활동 끝으로 좀 안 되겠습니까”
“미쳤나!”


아빤 미치지도 않았고 무엇이 문제고 그만큼 나한테 참을 수 없는 배신감을 느꼈을지 알았지만 이렇게 아무런 말도 상의도 없이 내 의견 따윈 내 마음을 진심을 짓밟듯 회사까지 와서 이렇게 하면 안됐다.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분노와 절망, 슬픔에 눈물이 핑
돌았고 피가 거꾸로 치솟아서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 날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아니 내가 지민일 좋아하는 게 뭐가 그리 잘못이어서 아빠는 나를 숨조차 못 쉬게 갈기갈기 짓밟는 건지 너무 마음이 아파서 잔뜩 짓이겨진 입술사이로 쇠맛이 났다.


“김태형! 일단 앉아 진정하고, 아버님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 혹시 저희 쪽에 실수가 있었습니까?”
“피디님! 그냥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빠가 저한테 조금 화가나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니가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 태형이 이놈 제정신 아니니까 들을 필요도 없습니다 위약금 물 테니까 이번 활동까지만 하고 당장 얘 내보 내주세요”
“그만 하라고! 그만! 하, 존나 이빠면 다 가? 어, 왜 미친놈 취급인데! 아니라고!”


피디님도 계신 것도 눈에 안 들어올 만큼 정신 나간 사람처럼 아빠한테 대들었다. 한 번도 부정당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우릴 비난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인정받을 거라고 허락할 거라고 생각했던 모든 게 어긋나서 그럴 수도 있었다. 또다시 화끈거리는 얼굴의 통증에 얼굴뿐만 아니라 온몸이 욱신거렸다. 잔뜩 일그러진 아빠의 얼굴과 함께 힘이 들어간 주먹에 모든 게 허무해져서 내 안의 것들이 무너지는듯했다. 무슨 정신으로 숙소로 돌아왔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 눈떠보니 침대 위였고 정신 차려보니 옆에 엎드려 있는 동그란 뒤통수가 눈에 들어왔다.
잔뜩부은 눈커플이 무거웠다. 아 내가 아프구나
이마 위에 축축하게 젖은 수건이 느껴졌다. 고개를 슬쩍 내리니 아기 같은 얼굴로 잠든 지민이 얼굴이 보였다. 은은하게 켜둔 조명 때문에 따뜻하고 조용한 분위기가 눈물 나게 좋았다. 아플 때 옆을 지켜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지치고 아픈 몸이 상처받고 다친 마음이 다 낫는 것 같았다.



“깼나”
“응 나 아파”
“바보야”
“지민아”


어둠속에서 동그랗고 까만 눈동자는 오롯이 나만을 담고 있었다.
이불속에서 땀이난 축축한 손을 꺼내 가지런히 놓여있는 지민이 손을 잡았다.



“지민아
내 손, 이 손 놓지 마. 절대 놓으면 안 돼
그러면 나 진짜 다 포기할 거야”
















짧네요ㅠ
정말 포스타입에만 올리려했는데
기다려주시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