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민]화양연화_15
[뷔민]화양연화_15
이제야 안달이 난 건지 나와 얘기를 하고 난 후 김태형은 이제 노골적이다 싶을 정도로 지민이에게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이 봐도 이상하다 싶을 만큼 병신같이 행동했다. 지민이가 지 시야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어미 잃은 강아지 마냥 찾아 나서질 않나 안무를 하다가도 터져 나오는 웃음 때문에 몇 번이나 처음부터 다시 했는지...지 때문에 다시 하는데도 신나 하는 모습에 진짜 저게 드디어 돌았구나 했다. 그 정도로 얘길 했으면 그래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 줄 알았는데 둘의 분위기를 보니 영 잘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진짜 지민이가 김태형한테 고백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태형이게 아무런 느낌이 없어 보였다. 숨길수 없는 게 재채기하고 사람 마음이라는데 쟤는 도대체 얼마나 꽁꽁 숨기고 있는 건지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박지민 다웠다. 성격 자체가 독하다 싶을 정도로 완벽을 추구하다 보니 진짜 연애도 저런식으로 하니 매번 짝사랑만 하다 끝나거나 차였을게 뻔했다.
두 사람 일에 되도록이면 개입하고 싶지 않아서 태형이 다 털어놨던 그날의 대화를 지민이와 얘기할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는데 몸이 달은 김태형은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눈치였다. 망할 새끼 내가 무슨 까치도 아니고 사랑의 오작교를 바라는 게 눈에 빤했다.
"자자-오늘 연습 여기까지 합시다!"
"수고하셨습니다-"
"지 지민아...저기"
"정국아! 형이랑 남아서 연습하자"
지금도 저 저 상병신이 따로 없다. 안무 연습이 끝나자마자 물병을 들고 박지민 주변을 맴돌다 말을 걸려고 하는 것 같은데 못 들은 척을 하는 건지 아님 진짜 못 들은 건지 지민인 바로 옆에 있던 정국이를 끌고는 구석으로 쌩하니 피해버렸다. 갈 길 잃은 김태형은 잔뜩 시무룩해하더니 멀거니 서있는 내 쪽을 바라봐왔다. 아 진짜 어쩌라고.
은근슬쩍 옆에 갈라치면 정국이를 옆에 끼고는 말 한마디 붙이지 못하게 피하는 지민이 때문에 방송이나 행사에서 말고는 진짜 서로 대화 안 한지가 한 달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자꾸만 흐르는 시간에 조급해서 애꿎은 윤기형을 닦달해봐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자 모드로 애달픈 내 모습을 마냥 웃기다는 듯이 지켜보기만 해서 더 애가 탔다. 마음을 자각하고 나니 지민일 기다리고 지켜보기만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손 만 뻗으면 옆에 있는데도 너무 멀게 느껴져서 미칠 것만 같았다. 힘든 안무 연습이 끝나면 몰래 나가서 야식을 먹으러 나간다던가 가끔씩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놀이터에 앉아서 미래와 꿈에 대해 얘기하던 나날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니 너무 우울해졌다. 작업실로 도망간 윤기형을 쫓아갈까도 했지만 휩쓸리듯 형들과 함께 얼떨결에 돌아온 숙소에 멍하니 앉아있으니 뭔가 굉장히 억울해서 씻지도 못하고 있으니 남준이 형이 무슨 일이 있냐며 물어오는데 눈물이 찔끔 나서 훌쩍거리다가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파묻었다. 당황한 형은 대체 무슨 일이냐며 헐 소리를 입에 달고선 내 얼굴을 끌어당겼다.
"아! 아아 아파요! 형! 어헝..."
"어 미안 미안"
머리끄덩이를 잡아당기는 형 때문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진짜 왜 내 편은 하나도 없냐고....
"태형아... 진짜 무슨 일이냐? 너 왜 그래"
"형.....사람의 감정은 왜 이렇게 어려워요"
"뭔 소리야? 여자 친구랑 뭐가 잘 안돼?"
"하아..아니에요....."
하아....속이 답답했지만 남준이 형에게 뭐라고 말 할 수없는 현실에 가만히 있으니 형에게 빨랑 털어놔 보라며 방으로 이끄는 형을 따라나설 수밖에 없었다.
리더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너무 적극적이었다.
"자. 얘기해봐 이제"
뭐야... 도플갱어야 뭐야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데 지금. 어떨결에 마주 보고 앉은 침대 위에서 익숙한 느낌을 받으며 나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아...제 얘기는 아니고"
"뭐? 너 고민 있는 거 아니야?"
"그게 제 친구 얘긴데..."
"어어-그래 얘기해봐"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 나왔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형한테 사실대로 말을 할 수는 없으니.. 근데 갑자기 보조개가 폭 파일 정도로 웃는 남준이 형 표정을 보니 뭔가 의미심장해 보이면서 뭘 아는 사람처럼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로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뭔가 낚인것 같은 기분에 머뭇대고 있으니까 친구얘기 너무 궁금하다며 형이 딱 결론을 내주겠다는 말이 유혹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술술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게 제 친구한테 젤 친한 친구가 있어요. 베프 절친 짱친 정말 그냥 친구로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 날 그 짱친이 제 친구한테 고백을 한 거에요"
"그래서"
"당연히 친구로만 생각하니까 거절했죠. 그리고 서로 연인도 있었어요! 그리고 나서는 둘이 절교 비스무리하게 했는데 어떻게 이전처럼 지내겠어요....."
"그럼 됐네, 어쩔 수 없지"
"그랬는데....제가...아니 제 친구가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나 봐요"
말실수를 할뻔하자 미묘하게 눈썹이 치켜 올라가는 남준이 형을 보면서 갑자기 식은땀이 나는 게 자세를 고쳐 앉으며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안 볼순 없으니까 보고 있으면 괜히 신경 쓰이고 이유도 모르게 짜증도 나고 그 남..여친이랑 있는 모습 보면 질투도 나고 그랬나 봐요, 그러다가 싸웠는데 싸우다가 제 친구가 먼저 키스를 했대요"
"야 어떻게 하면 싸우다 키스를 해? 대박이다! 그래서"
"또 그 짱친도 받아준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친구는 솔직히 아차 싶어서 미안...하다고 했나 봐요"
"이야- 그 새끼 아! 네 친구지. 그놈 완전 쓰레기네"
"쓰레기까지는...그냥 좀 제 친구도 혼란스러우니까"
"그 정도면 마음 있는 거지. 신경 쓰이고 질투 나고 키스하고 싶고 안고 싶고 마음이 닿고 싶다는 건 이미 좋아하고 있는데 자각을 못하고 있는 거 같은데, 그게 아니라면 정말 어장관리겠지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는 게 두렵고 어려울 수도 있는데 네 친구 태도는 상대방에게 아주 큰 마음에 상처를 준거일 수도 있어"
"근데 친구였고 이때까지 있다가 갑자기 고백받으면 막 당황스럽잖아요.... 그리고 또 중요한 게 그 짱친이 남자....여서 더 받아들이기 힘들었나 보더라구요"
어장관리라니....그렇게까지 생각할 정도가 없었다구요. 답답한 마음에 굳이 남자라는 것까지 얘기해버리니 형도 순간 당황했는지만 연애에 남자와 여자의 잣대로 나누지 말자며 인간 대 인간의 감정만 놓고 본다면 친구는 감정에 너무 솔직하지 못해서 결국엔 그 친구를 놓치고 말 거라며 이미 돌이킬 수 없을 거라고 하는 말이 귀에 박혀 들어서 떠나질 않았다. 윤기 형이나 남준이 형 모두 솔직하지 못한 나를 탓했다. 이미 난 지민일 마음속에 두고 있는데 답은 이미 나와있는데 다른 답이 있을까 찾고 있는 용기 없는 나를 타박했다.
이미 한참 새벽으로 넘어간 시간에 아직도 숙소에 들어오지 않은 두 사람 때문에 잠도 안 와서 침대에 누워 멍하니 염탐하듯이 시작된 트위터를 보면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정국이와 새벽까지 연습하는 건 자주 있는 일이었고 전혀 두 사람이 그럴 일 없다는 걸 알지만서도 박지민 하나 때문에 모든 게 삐뚤게 보였다. 정국이 어깨에 올라가 있는 손이라던가 틈도 없이 맞댄 얼굴에 나만 혼자 신경 쓰고 안달 난 거 같아서 자제가 안됐다. 유독 정국이를 이뻐하는 지민인 항상 정국이에겐 져주고 관대한 게 요즘에서야 거슬려져서 정국이도 미워지려고 했다. 죽이 잘 맞아서 항상 게임이며 뭐며 장난치기도 딱 좋고 고향에 있는 동생 생각도 나서 정이 많이 갔는데 지민이한테 이쁨 하나 받는것만으로 이미 적이었다. 팬들 보여주려고 찍은 영상이고 사진인걸 알지만 진짜 별거 아닌데 너무 서운하고 섭섭해서 보기 싫었지만 오랜만에 지민이 웃는 모습이 담겨있어서 한참이나 피드를 넘기지 못했다.
거의 매일 정국이를 끼고 연습실에 남아서 형들과 태형이가 잠들 때까지 연습을 이어갔다. 숙소에 가면 마주치고 자꾸 잡생각이 드니까 일종의 도피처였다.
몸이라도 힘들게 쓰고 나면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아서 미친 듯이 춤을 추고 나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형! 지민이 형! 좀만 쉬어요! 힘들어 죽겠어요"
"아, 힘들어? 그래그래"
"진짜 그렇게 몸 쓰다가 한방에 훅가여"
연습실 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린 정국일 내려다보며 옆자리에 똑같이 누웠다. 옷이 다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고 나서 차가운 바닥에 가만히 누워 있으니 시원한 게 얼른 씻고 자고 싶어 졌다.
"정국아- 노래 좀 불러줘 봐"
아- 선곡도 좋고 진짜 이대로 자고 싶다.....
얼른 이사 가서 룸메이트가 바꼈으면 좋겠다. 잠이라도 편하게 자면 괜찮을 것 같은데 매일 늦게 잠들다 보니 컨디션도 점점 엉망이 돼서 서서히 힘들어지려했다. 그대로 잠들어버린 나를 깨우지도 못하고 한참을 기다린 정국이와 숙소에 돌아 왔을땐 이미 다 잠든 상태였다. 물소리가 날까 우리 방 화장실은 쓰지도 못하고 거실 화장실을 정국이와 나눠 쓰고 방 안으로 들어왔을 땐 호석이 형과 태형인 잠들어 있었다. 침대로 올라가기 위해서 조용히 몸을 움직이는데 잠들어 있는 태형이가 눈에 들어와서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 실루엣을 한참이나 바라봤다.
카톡-
아 놀래라. 멍하니 누워있다 갑작스레 울린 소리에 깜짝 놀라서 얼른 핸드폰을 들고 진동을 설정하면서 액정에 뜨는 낯익은 이름 때문에 가슴이 쿵쿵 뛰었다. 핸드폰을 진동으로 바꾼다는 걸 깜박해서 조용한 방 안에 소리가 더 크게 울렸다. 연습실에서 잠들다 와서 그런지 쉽게 잠들지 않은 밤이었다. 창을 열어보기가 겁나서 잠시 망설여졌다. 같은 공간에서 뭐 하자는 건지. 이미 잠든 호석이 형의 뒤척임에 놀라서 숨죽이며 핸드폰을 다시 확인했다. 태형이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안 자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이가 없어서 바로 창을 꺼버리자 1이 사라지고 답도 없으니까 조용한 방안에 타자 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아 진짜 태형이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자꾸만 주변을 맴도는 태형이 신경 쓰이면서도 불편했다. 또다시 태형이에게 상처받고 싶지 않은데 자꾸 말을 걸며 아무렇지 않게 구는 태형이 때문에 한참을 망설였다.
안 자는 거 아는데 읽고도 답이 없는 지민이 때문에 애가 탔다. 지금이 오늘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조급함에 연달아서 카톡을 보냈지만 없어지지 않는 1 때문에 조마조마했다. 설마 씹지는 않겠지...마음 같아서는 벌떡 일어서서 위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지민이의 마음을 풀기엔 성급해선 안 될 것 같아서 이불을 덮고 마음을 졸이며 기다렸지만 끝내는 돌아오는 답이 없어서 허무해져 버렸다.
다크서클이 바닥까지 내려온 것 같았다. 지민이의 거부에 충격이어서 밤새 뒤척였다. 아침에 얼굴을 보자마자 놀리는 윤기 형을 붙잡고 또 하소연을 할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보냈는데? 설마 뭐 자니?... 이런 거 보낸 거 아니지?
"어떻게 알았어요? 지민이가 얘기했어요?!"
"진짜 하...넌 씨발이다"
팬들 사이에서도 우리 둘 모습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던 건지 방송 후기나 트위터에 올라오는 글들이 나와 지민이 사이를 걱정하고 있었다. 티가 안 날 수가 없었다. 이제야 눈치를 챘다는 건 많이 늦은 거였다. 싸운 거 같다며 둘이 분위기가 싸하다며 목격담이 많아져도 당사자인 지민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운 좋게도 드라마에 캐스팅이 되면서 처음으로 혼자 하는 스케줄이 어색하고 두렵기도 했지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내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 그동안 지민이의 닫힌 마음을 열려고 빨리 닿고 싶어서 안달 나고 조급했던 내 모습을 돌아보면서 반성도 하고 깨닫게 돼서 다행이었다.
개인 스케줄이 있다던 태형이 방 안에 있어서 가사집을 찾으려 방안에 들어섰다가 아차 싶었다. 단톡 방엔 새벽에나 들어갈 것 같다던 문자에 방심하다가 그대로 마주쳐버렸다. 찰나에 마주친 시선에 방 문을 연채로 잠시 머뭇거리다 들어섰다. 옷장 근처에서 가사집만 빼내서 바로 나가려고 했다. 외출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침대 위에 앉아있는 태형을 지나쳐 얼른 어색한 방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태형이의 목소리가 발걸음을 붙잡았다.
"지민아"
잠시 망설였지만 저 목소리에 두 번 다시 속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옷장을 뒤졌다.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다정한 태형의 목소리에 속아 손바닥 뒤집듯 왔다 갔다 하는 내 마음이 태형에게 닿고 싶어 할까 봐 나를 집어삼킬까 봐 잠식될까 봐 두려워서 너무 무서워서 못 들은 척 귀를 꽉 막아 버리고 싶었다.
"나 지수랑 헤어졌어"
찾았다. 얼른 나가야 해 가사집을 품에 꼭 쥐고 몸을 돌렸다. 여전히 침대 위에 앉아있는 태형인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대꾸도 없이 문을 열고 나가려는 내 이름을 다시 불렀다. 손잡이가 멀어졌다.
"아 그래?...."
"너 때문이야. 나 너무 혼란스러워서...그리고 그때 우리...내가 너무 당황해서"
또다시 그때처럼 문을 등 뒤에 두고 마주한 태형과의 시선이 이제는 새롭지도 않았다. 또 변명의 말만 내뱉는 태형의 말에 지쳐서 내 목소리가 저렇게 싸늘했나 싶을 정도로 차갑게 대꾸했다.
"미안한데 태형아 그래서? 어쩌라고"
"어? 야 박지민....나도 나름 힘들었어! 우리 친구였고
난 여자 친구도 있었고 또 너도 최현 그새..아니 최현이랑 만나고 있었잖아 그러고 맨날 살 부대끼면서 있다가 갑자기 좋아한다고 그러면 아 그렇구나 할 일은 아니잖아"
"그래 그래서 알겠다고 했잖아. 니 맘 잘 알겠다고"
"지민아! 끝까지 내 말 좀 들어봐! 잠시만!"
"소리 지르지 마. 여기 우리만 있어? 조용히 해"
"그니까 내 말 좀 들어줘봐!"
"그리고 왜 나한테 화내는데 친구도 못 하겠다던 건
너야 그래서 그렇게 해주겠다고 그냥 같이 일하는 동료 해주겠다고! 근데 왜 자꾸 잊을라고 하면 말 꺼내고 불편하게 하는데!"
이성을 잃은 것만 같았다. 태형이와의 실랑이에 지쳐서 그대로 등을 돌리고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또다시 제자리인 상황에 결국에 참지 못하고 언성이 높아지며 화를 내고 말았다. 분에 못 이겨서 씩씩거리는 내 팔목을 붙잡아오는 태형을 뿌리쳤지만 아예 어깨를 붙잡아버리는 악력에 발버둥을 쳤다.
"잠깐만! 피하지 말고 내 말 좀 들어줘"
"윽! 넌 매번 이런 식이야 내가 우습지? 너 좋아한다니까 내가 만만하지 재밌어?"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미안해 지민아 내가 미안!"
"그 빌어먹을 미안하단 소리 좀 제발! 니가 그럴 때마다 내가 얼마나 절망적인 줄 알아? 나 좀 그냥 내버려둬"
뿌리치고 나가려는 내 몸을 그대로 뒤에서 끌어안아오는 태형이의 체온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무 흥분해있는 상태에다 태형이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라서 뛰는 심장 소리가 밖으로 울리는 것만 같아서 등을 잔뜩 움츠리니 또 내가 품에서 벗어날까 봐 더 끌어안는 태형의 품에서 느껴지는 체온과 심장소리가 나와 같아서 시끄러웠다.
"네가 좋아. 나도 네가 좋아졌어 지민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너무 늦어서 미안해
비겁해서 미안 네 마음 외면해서 혼자 아프게 해서 미안해 너한테 닿고 싶은데 온전하게 네 옆에 서고 싶어서 조금 늦었어..."
다정하게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가 거짓말 같아서
믿기지가 않았다. 조금은 떨리고 긴장한 목소리가 느껴졌지만 진심으로 닿아오는 터질듯한 태형이의 심장소리 때문에 몸이 떨려왔다. 어느새 흐르는 눈물 때문에 고개가 자꾸만 숙여졌다. 목덜미에 닿아오는 숨결이 위로해주는 것 같았지만 멈춰지지가 않았다.
"울지 마. 지민아 나 좀 봐줘 응?"
목덜미에 쏟아지는 입술 세례에 몸을 잔뜩 웅크리며 고개를 더 숙여버리니 태형인 꽉 끌어안고 있던 나를 돌려세웠다. 젖은 속눈썹 사이로 비치는 태형이 얼굴을 보자 마자 더 서러워졌다. 내 얼굴을 감싸 쥔 태형이 때문에 시선을 위로 올리자 드디어 마주한 시선에 속에서 내 안의 뭔가가 팟하며 터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 지금 키스할 거야. 싫으면 지금 먼저 때려. 먼저 때려도 키스할 거고 안 한다고 해도 그냥 키스할 거니까 네가 너무 좋아서 참을 수가 없어서 그런 거니까 일단 하고 맞을게"
천천히 고개를 숙여오는 태형이의 코끝과 내 코끝이 맞닿아 올 때까지 숨도 못 쉬고 긴장했다. 태형이도 마찬가지인지 점점 숨이 가빠지는 것 같았다. 묘한 정적에 잠시 머뭇거리던 태형인 내 뒷머리를 세게 끌어 당기더니 숨이 막힐 듯 입을 맞춰왔다. 입술이 잡아먹히는듯한 느낌이었다. 내 입술을 다 삼킨 채 비벼오는 태형이의 입술은 쪽쪽 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빨아 당기더니 입안을 가르고 혀를 밀어넣어 입속 점막을 훑어왔다.
"으응...."
내 혀를 감싸고 비벼대는 감각에 예민해진 나는 나도 모르게 모르게 흘러나오는 신음에 몸을 움찔거렸고 태형인 고개를 비틀어 입안을 더 깊숙이 파고들면서 손을 내려 내 등허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만져왔다. 입술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틈도 없이 끌어안긴 허리와 얽힌 다리사이로 느껴지는 앞섶에 더 흥분이 돼서 숨결이 섞일 때마다 몸을 잘게 떨며 태형이의 품 안으로 더 안겨 들었다.
"흐읏...! 태....윽"
입천장을 쓸면서 엉덩이를 틀어쥐는 태형이의 손길에 놀라서 떨어진 입술에 태형인 떨어지면 큰일인 것처럼 급하게 다시 맞대어 왔다. 몰아붙이는 태형에 입술에 또 휩쓸려 입을 벌리며 태형의 혀를 감싸며 빨아당겼다.
턱이 아파와서 자꾸만 안아오는 태형일 밀어냈다.
얼마나 물고 빨고 했는지 입술이며 혀가 아려와서 키스고 뭐고 힘들었다. 처음엔 앞뒤 생각 안 하고 입술을 맞대고 있었는데 점점 불이 붙다 보니 혹시나 형들이 방 안으로 들어올까 조마조마하면서 나누는 키스에 몸이 더 달았다. 아슬하게 몸이 닿아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계속 붙어있었다.
"하아.... 그만..그만해..밖에 형들 다 있어"
"좋아해. 지민아 너 좋아하고 있어
나한테도 네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어"
미친 분량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얗게 불태웠어요
끝난거 아닌데....다음편 부담스러워서 어떻게 해야할지후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