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민]화양연화_08
[뷔민]화양연화_08
"지민이 형! 이거 뭐에요? 오-이거 엄청 비싼 건데"
거실에 모여서 형들과 티비를 보고 있는데 태형이와 방 안에서 게임을 하던 정국이 그가 준 선물을 들고 나왔다.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로 가방에 넣어뒀던 선물인데 어떻게 알고 꺼냈는지 케이스를 이리저리 흔들어 보면서 눈을 반짝이는 정국이를 보니 나도 모르게 불안해서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팬들이 줬어요? 한 번만 해보면 안 돼요?"
"뜯지 마!"
떼를 쓰는 정국이 때문에 난감했지만 포장을 뜯을 기세라 형들이 있건 말건 사색이 된 채로 정국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순간 정적이 되버린 상황에 말하고도 아차 싶었지만 윤기형이 정국이에게 빨리 돌려주라고 하는 바람에 민망해하며 서있는 정국이에게 미안하다고 내것이아니라고 사과를 하며 빠르게 방 안으로 들어왔다. 태형이와 며칠 전 다투고 난 후라서 같이 한 공간에 있는게 불편했지만 그에게 받은 이 팔찌는 언젠가는 돌려줄 생각이어서 그때까지 그냥 잘 보관만 해둘 생각이었다.
방 안에 들어오니 굳은 표정으로 선물이 들어있던 가방 앞에 서있는 태형이가 있었다.
"너...
그거 누가 줬어?"
내 손안에 있는 빨간 케이스를 바라보며 묻는 태형이의 손에 들린 편지는 못 보던 거였다.
리허설은 이미 끝났고 다른 가수들 리허설을 구경을 하러 왔다 만난 반가운 얼굴에 무대 아래 한편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이제는 익숙한 얼굴에 혼자 반가워하며 우진에게 잠시 조용하라고 타박하며 엔딩을 장식할 빅힛 무대에 잠시 수다도 중단하고 집중했다. 빠돌이라며 놀려대는 우진의 말에 최현선배와 얼마나 친한 줄 아냐면서 내 친분도 아니지만 허세 있게 자랑을 하니 니 정도 얼굴이면 희망이 있겠다는 우진의 말이 이해가 안 돼 뭔 소리냐고 물었다.
"아, 얼마 전에 찌라시 안 봤어?"
"몰라. 근데 그게 왜?"
"왜 최현선배 게이 지라시 있잖아"
"게이찌라시?"
소식이 너무 늦다면서 타박하는 우진이의 말에 답답하니 빨리 풀어보라고 닦달을 하니 두세 달 전에 이태원 한 게이바에 최현과 그 무리들이 나타났고 거기서 최현이 사람들 시선에 개의치 않고 문란하게 놀았다는 얘기를 전해 듣자마자 이상하게도 지민이가 먼저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 고급 정보라면서 말을 덧붙이는 우진이의 말을 귓가에 흘려들으며 무대 쪽으로 고개를 돌려 의식적으로 최현을 찾았다.
"야! 태형아, 내 말 듣고 있어?"
"어어? 뭐라고?"
곧 있음 찌라시에 뜰 내용인데 최현이 한 남자 아이돌 멤버에게 꽂혀서 지극정성이며 물량공세를 퍼붓고 있다며 짝사랑에서 쌍방인 관계가 됐고 그 아이돌이 요즘 뜨고 있는 그룹이라며 자기가 아는 건 거기까진데
"요새 작업 거는 애가 있다던데 혹시...지민이 아냐?"
어느새 리허설이 끝났는지 무대 아래로 내려오는 빅힛 멤버들 앞에 최현 곁에 거짓말처럼 지민이가 서있었다. 내 눈치를 보면서도 끝까지 말을 꺼내는 우진이 때문에 한순간에 기분이 더러워졌다.
지민이 얘기는 지인에 지인이하는 얘기를 들은 거라며 그럴 수도 있지 않겠냐는 추측이라면서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는 우진이의 말에도 찝찝하고 더러운 기분이 온몸을 감싸는 게 이상하게 불안했다.
정확하게 지민이의 어깨에 올라가 있는 저 손이 거슬렸다.
대기실 앞에서 지민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서있었다.
다가오는 지민이의 옆에 다행히 최현은 없었다.
"왜 나와있어?"
굳어있는 내 표정에 덩달아 심각해지는 지민이의 표정에 사람도 많고 듣는 귀도 많을 테니 조용하게 얘기를 하자며 비어있는 대기실로 들어왔다.
"태태-무슨 일 있어?"
"너 최현선...아니 최현이랑 가까이 지내지 마"
"갑자기 뭔 소리야?"
"아-그냥, 가까이 지내지 말라고!"
머릿속으로는 천천히 충분히 설명해야지 생각은 했지만 급한 성격 탓에 몰아붙이듯 얘기를 해버리고 말았다. 다짜고짜 얘기한 나도 그렇지만 어이없어하며 무시하는듯한 지민이의 태도에 더 날 선 어투로 얘기를 하고 말았다.
"사람 좀 가려사겨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 없냐"
"니 말이 좀 심하다"
"뭐가. 니 그 선배에 대해 얼마나 알아? 아니 행동을 하...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벙쪄있는 지민이의 표정에 말을 내뱉고도 이게 아닌데 싶었지만 그동안 최현과 엮였던 지민일 생각하면 속에서 화가 들끓었다. 더러운 추문에 엮인다는 것 자체가 열 받아서 입 밖으로 욕이 절로 나왔다.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거칠게 쓸어 올리자 힘없는 지민이의 목소리와는 달리 내뱉는 말은 의외의 것이어서 언성이 계속 높아졌다.
"네가 어디서 무슨 얘기를 듣고 왔는지 모르겠는데. 태형아 지금 좀 너 심한 거 알지? 그리고 나 알고 있어. 현이형 게이인 거"
"하!.....알고 있어?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만났어?"
"왜 만나면 안 돼? 형이 피해 준거라도 있어?"
"니가...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이미 알고 있다는 것도 놀라울 뿐인데 아무렇지 않은듯한 지민이의 태도에 더 놀라서 맥이 탁 풀리면서 한동안 말없이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있었다. 저 담담한 얼굴을 보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졌다.
"그래. 알고 있다니까 할 말 없네. 근데 너까지 엮인 것도 알고 있냐? 우리는? 방탄 이미지까지 엿 먹게 생겼어"
".......우리...그래. 방탄에 피해 안가게 할게"
잔뜩 흐려진 지민이의 표정에 미안한 감정이 밀려왔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었다. 그냥 니가 걱정돼서 그런 거라고 좋게 얘기했어도 됐는데
"나 먼저 갈게"
뭐라고 할 새도 없이 나간 지민이의 뒷모습을 보며 순간 욱하는 마음에 몰아붙인 거 같아 말을 하고 나서도 답답한 게 나 자신한테 짜증이 나서 한참을 빈 대기실에 앉아서 마음을 추슬렀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주저앉아버렸다. 태형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확신이 안 섰고 또 생각보다 적대적이고 싫어하는 반응에 당황스러웠지만 담담한 척하느라 다리가 후들거려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저렇게나
싫어하는데 내가 품고 있는 마음이라도 알게 된다면 끔찍했다. 그 서늘한 시선을 견딜 수 있을까. 아마 나 모든 걸 포기하겠지...
"선배님, 안녕하세요"
도무지 뭐 때문에 그런 루머가 도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어서 다시 우진을 찾아갔다. 우진에게 그런 얘기 어디서 전해 들었냐고 물으니 우리보다 데뷔 연차로는 선배인 그룹의 멤버 형에게 들은 거라면서 캐묻는 내가 불안했는지 한사코 말리는 우진 더러 앞장을 서라고 했지만 곤란하면 혼자 가겠다는 나를 말리지 못하고 결국엔 옆에서 혹시 기분 나빴다면 본인이 사과하겠다면서 절절매는걸 너에겐 피해 안 가게 하겠다며 달래며 대기실 앞까지 찾아왔다.
"아...안녕하세요. 우진아 웬일이야?"
"방탄소년단 뷔입니다. 저 선배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옆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우진일 한 번 쳐다보고 그를 보며 물었다.
"빅힛에 최현 선배님...얘기에 저희 멤버 얘기가 들리는거 같아서요. 지민이 얘기 들어 보셨죠?"
"아. 나도 그게 들은 거라서"
"들으셨다는 거 압니다. 근데 왜 지민이 얘기가 나온 건지 궁금해서 여쭤보는 겁니다"
본인도 들은 얘기 라면서 말하는 그의 얘기는 최현이 단체 스케줄까지 조정해가면서 만나러 가는 사람이 있고 암암리에 주변에선 다 알고 있으며 개인 스타일리스트에게 커플로 할 수 있는 아이템들에 조언을 구하면서 같이 쇼핑을 가서 구매했고 선물까지 했다는 것까지 들은 얘기 치고는 세세하게 설명을 해와서 소문의 근원지 같은 그의 태도에 욱하는걸 간신히 억누르며 빠르게 답했다.
"선배님 저희 공백기라서 스케줄 없어도 콘서트 일정 때문에 해외에 있는 게 반년이었어요. 진짜 연애할 시간 없이 바쁘게 지냈어요. 근데 저희보다 바쁜 빅힛 선배님들이랑 말도 안 되죠. 지민이 최현 선배님이랑 친한 거 저도 잘 알고 있는데, 저희 지민이 그쪽 아니에요"
"형. 태형이는 걱정돼서 얘네 한창이잖아요- 혹시 문제 생길까 봐 그런거에요"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입조심하라는 거지?"
"형-그런 게 아니라..."
깍듯했지만 날 선 내 목소리에 우진인 안절부절못하며 사족을 붙였다. 그는 오히려 재밌다는 듯 웃으며 혹시 선배들 다 찾아가서 이럴 건 아니지 하며 무섭다면서 전혀 무서운 표정이 아닌 그의 표정에 우진인 연신 미안하다며 그에게 다음에 꼭 밥을 먹자고 하며 내 옆구리를 툭툭 치더니 눈짓을 해왔다.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고 했다.
"근데 뷔..아니 태형씨 아무리 우리가 떠들어도 당사자들만 아는 거 알죠? 아니 땐 굴뚝에서 그냥 연기 나겠어요?"
그러고는 손을 흔들어주고는 대기실로 쏙 하니 들어가 버리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뭐냐고 우진일 쳐다보니 신경 쓰지 말라면서 내 등을 떠밀었다.
한참만에 대기실로 돌아온 태형인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주위를 맴돌며 말을 붙이려 했지만 나는 의식적으로 또 태형일 피하려들었고 이런 우리 둘 분위기를 귀신같이 알아챈 정국이가 중간에서 또 뭐 때문에 싸웠냐며 무대 올라갈 때도 이럴 거냐면서 얼른 풀라면서 어른스럽게 우리를 중재시키려 했다. 형들 싸운 거 아니라고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거라며 정국이 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형들 걱정됐냐고 장난스럽게 정국이에게 치대니 태형이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게 또 내가 뭘 심기를 거슬렸나 싶어 눈치가 보여서 자리를 피했다. 그 뒤로는 냉전이었다. 더 이상 말하지 않는 태형이에게 나도 말을 걸지 않았고 며칠을 그렇게 지냈다. 적어도 뭐 때문에 그랬는지 물어만 보기라도 했었다면...
"......최현한테 받았어?"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날이 선 태형이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케이스를 등 뒤로 숨기고 말았다.
어떻게 알고 묻는 건지 몰라서 또 태형이 손에 쥐고 있는 편지가 신경이 쓰여서 힐끔거리니 자신 쪽으로 보라고 태형이 낮은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섣불리 입을 못 떼고 머뭇 거리기만 하는 내가 답답했던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서있는 내 눈을 맞춰오는 시선 때문에 긴장감이 흘렀다.
"허! 설마....니 진짜 최현이랑....사귀나?"
생각지도 못한 말에 놀라서 입 한번 벙긋 못하고 멍하니 서있으니 태형이 눈썹 사이가 잔뜩 일그러지더니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아 씨발. 난 그것도 모르고...무서운 표정으로 태형인 손에 쥐고 있던 편지를 나에게 던지고는 나가버렸다.
태형이 네가 내 손을 놓는 날이 있을까 항상 상상만 하던 일이 일어날 수 있단 걸 아니 어쩌면 잘된 걸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해야 내가 널 포기하고 미련이라도 가지지 않을 테니까.
이게 무슨. 왜 미쳐 확인을 안 해서....그냥 단순히 떠봤다는 걸 알고 나선 아니라고 하기엔 이미 늦었었다. 태형이 뭔가 알고서 아님 편지에 뭔가 오해할 뭔가가 있을 줄 알았지.
그 날 그가 준 선물에 편지도 같이 있었던 모양인지 바닥에 떨어진 채로 빳빳하게 날이 선 편지를 주우니 달랑 생일 축하 메시지만 쓰여있는 걸 보고 망연자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