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아!”



호석이 형인가, 무거운데 숨도 못 쉬게 이 형은 왜 내 침대에서 자는 건지 목이 너무 답답했다. 눈을 뜨고 싶은데 바닥에서 몸을 끌어당기는 것만 같아서 자꾸만 눈이 감겼다.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누워있는 지민이의 손을 계속 주물렀다. 안정제를 맞고 잠든 것이라고 하는대도 안심이 안돼서 자꾸만 지민이 이름만 불러젖혔다. 안 그래도 작고 여린데 사라질 것만 같아서 겁이났다. 처음엔 드레스룸이었고 오늘은 화장실이었다. 한국에 오랜만에 들어와서 늦게까지 놀다 들어와 잠든 애를 깨우기도 뭣해 거실에서 쓰러져 잠들었었다. 한 낮이 될 때까지도 잠겨있는 방 문에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아 갑자기 불길한 기분이 전신을 휘감았고 떨리는 손으로 서랍을 열고 스페어 키를 뒤져도 보이지 않아서 조급했다. 숙소에 있는 서랍이란 서랍은 다 뒤져 문을 따고 방을 들어갔을 때 방 안에 지민이가 없어서 기운이 빠졌다. 차라리 지민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행여나 나쁜 마음을 먹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 나를 욕하며 기운 빠진 몸을 이끌고 옷을 갈아입으러 드레스룸에 들어갔을 때 심장이 떨어지다 못해 멎는 줄 알았다. 그래 그때는 의식이라도 있었지 오늘은 의식도 없어서 손이 덜덜 떨렸다. 겁이 나서 손을 뻗지도 못했다. 조금이라도 늦게 발견했다면 끔찍할 뻔해서



“어떡해... 어떡해... 아아, 어... 지,지민아.”



매일 밤 지민이가 잠들지 못한다는 것도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죽여 운다는 건 알고 있었다. 태형이와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있다는 건 멤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이유가 무엇인지 헤어진 것인지 짐작만 했을 뿐 설마 하는 마음이 컸었다. 반대하는 나를 설득하며 책임감 있게 지내는 두 사람이어서 알콩달콩하니 사귀는 줄 알았다. 어렵게 시작했고 힘들거란 거 잘 알기에 모두가 배려하며 맞춰주려 했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은 언제든 생기기 마련이었다.
워낙에 자존심도 세고 씩씩하니까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다. 두 사람의 문제니까. 우리들의 문제였다면 뭐가 힘든지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을 들어주던 해결 해주기 위해 노력을 했을 테지만 내 마음속의 두사람을 정말 아끼고 사랑하지만 아직도 애들이 선택한 결과를 내가 인정을 못하고 편견 덩어리로 뭉쳐진 못난 형이라서 두 사람의 문제이니까 굳이 내가 나서서 해결해야 될 문제인가 싶기도 했었다. 그래 그게 모든 문제였다.



“나 때문이야. 내가 좀 더 신경 썼어야 돼.”
“야 호석아 지민이가 들었음 엄청 속상해한다 너. 바보 같은 생각하지 마.”
“아니야 아니 지민이가 힘들어하는 거 내가 외면했어... 형이 돼서 애가 죽어가는데도 그걸 내가....”


일부러 나쁜 마음을 먹었을까 봐 모든 거 다 버리고 떠나려고 했을까 봐 너무 무서웠다. 정신이 나가서 아무것도 못한 채로 멍하니 서있던 나에게 소리치던 남준이 때문에 겨우겨우 떨리는 손가락으로 형범이 형에게 전화를 걸고 응급실에 도착해서 병실로 올라올 때까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약물 복용을 하긴 했지만 위세척을 할 정도의 수치는 아니라며 음주상태에 약물 복용을 해서 약간의 쇼크로 단순 기절을 했고 욕조에 오래 있다 보니 저체온증이 온 것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실수로 겪는 흔한 일이라며 설명을 하던 의사의 말이 그 실수로 내 동생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끔찍했다. 충격과 걱정이 가득한 우리 때문인지 별 일 아니니 괜찮을 거라는 말로도 안심이 안됐다. 이런 모든 상황이 너무나 괴롭고 또 힘들었지만 벌써 따라붙는 시선과 그들의 속삭임에 지민이가 또다시 상처 입을까 봐 회사는 빠르게 뒷수습을 하며 의사와 조율을 했다. 우리의 삶은 이랬다. 상처 받은 마음도 몸도 추스를 수 없는 그런 인생이었다. 그래서 상처가 짓무르고 곪아서 터질 때까지 혼자서 참고 또 참았을 미련한 지민이가 오롯이 혼자 감당하며 겪었을 외로움을 헤아릴 수가 없어서 그저 곁을 지켜주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도 태형이한테는 말해야겠지.”
“........후, 아니.”


“애들.... 헤어 지기로 아니 지민이가 힘든지 헤어지자고 했다더라.”
“지민이가 헤어지자고 했다고? 근데 헤어지자고 했던 놈이 왜 이런데 어,”
“하아, 진짜 말하자면 복잡해.”
“넌 그럼 다 알고 있어? 두 사람 일.”


그동안 남준이도 괴로웠던지 털어놓는 애들의 얘기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음에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죄책감에 남준이도 말하는 도중에 눈물을 내비쳤다. 팀을 위해 두 사람의 절박함을 외면했고 기꺼이 그들의 편이 돼주겠다고 했던 믿음을 자신이 먼저 져버렸다며 겁쟁이는 본인이라며 괴로워했었다. 누구도 그 상황이 코앞에 닥친다면 그렇게 했을 거라며 위로해봐도 우리 두 사람에게 태형이와 지민이 존재의 의미가 너무도 커서 한동안은 미안함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지민아.”
“네.”
“이리 와 봐.”



가만히 인형처럼 소파에 앉아있는 지민일 제 쪽으로 부르니 자리가 없어서 곁에 우두커니 서있는 애를 가만히 올려다봤다. 다른 멤버들에겐 해프닝으로 끝난 지민이의 기절은 반신욕을 너무 오래 한 부작용으로 잠시 정신을 잃었던 것으로 입을 맞췄지만 며칠이 지나도 남아있는 목덜미의 상처가 눈에 거슬려 나도 모르는 사이 계속 시선이 갔다. 자연스레 눈치를 보며 목에 두른 스카프로 손이 가는 모습을 보니 더 속이 쓰렸다. 욕조에 눌린 목 언저리는 붉으스름하게 자국이 나 누가 봐도 오해할만한 흔적을 남겼다. 자국이 날만큼 눌렸는데 기도가 막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던 의사의 말이 너무 무서웠다. 목이 가려지는 옷만 골라 입고 의상도 상처를 가릴 수 있는 것으로 골라 입는 수고는 우리 둘만 알고 있었다. 느슨해진 리본 끈을 매어주는데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상처는 옅어지고 있었는데 지민이의 마음의 상처는 낫질 않는 건지 밝고 건강하던 애가 점점 말수도 줄고 멍하게 있기 일수였다. 태형이는 물론이고 멤버들과도 말을 섞지 않는 지민이때문에 팀 분위기도 한껏 가라앉았다.



“고마워요 형.”


차라리 못하겠다고 소리치던가 엉엉 울기라도 했으면 붙잡고 무슨 말이라도 해봤을 테지만 묵묵하게 스케줄을 하고 무대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에 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이번 일본 공연이 끝나고 나서도 또 무대 준비로 휴가를 길게 갈 수가 없어서 이번엔 다들 숙소에 있기로 했었는데 지민인 이대로 숙소에 가둬두면 안 될 것 같아 며칠 푹 쉴 수있도록 부산 집에 갈 수 있게 매니저형들과 스케줄을 조율했다. 피하고 싶어도 항상 함께 있어야 하는 태형이 와도 조금 떨어져 있고 생각의 정리가 필요할 것 같아 남준이와 함께 결정을 했다. 일본에서 바로 부산으로 지민일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도 침묵만이 흘렀다. 멤버들 모두가 알고는 있었다.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걸 하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 낼 수가 없었다.



“어디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어디 가냐니깐.”
“왜요.”
“태형이, 니 후회할 짓 하지 마라.”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각자 방으로 흩어진 멤버들을 보니 팀 전체가 흔들리는 것만 같아서 답답했다. 지민이가 없는 방 안에 혼자 있는 것도 싫어서 거실에 나와 있는데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태형이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울컥해서 언성이 커졌고 그런 저를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는 태형이의 시선에 분위기가 더 가라앉았다.



“사생활은 터치하지 말죠, 아무리 형이라도.”
“뭐 이 새끼야.”

“왜 그래. 싸우는 거야?”

높아진 언성에 남준이 거실로 나왔고 놀란 정국이까지 따라 나온 모양새에 더 이상 쏘아붙이지 못하고 한숨만 내뱉으니까 남준이 태형일 달랬다.


“태형아 호석이는 너 걱정돼서.”
“그쵸 형들은 항상 걱정이죠 방탄에 피해 줄까 봐 근데요 형 방탄 이기전에 저도 사람이에요.”
“야 니가 입조심만...”
“호석아!”

답답한 나머지 입을 떼려는 저를 남준이 말리는
바람에 뒷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이미 헤어지기로 했다는 애들 사이를 부추겨봤자 좋을 일은 없다고 생각한 건지 제 어깨를 붙잡고선 고개를 내젔는 바람에 적막이 흘렀고 흥분한 태형인 더 이상 실랑이하고 싶지 않았는지 숙소 문을 박차고 벗어나 버렸다.


“후, 남준아 이게 맞는 거냐 진짜.”

저를 말리는 남준이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형으로써 형된 도리로 바로 잡고 싶기도 했다. 애들을 지켜줄 수 있는 힘은 다른 누구도 아니고 우리들뿐인데 우리라도 힘을 보태야 하는데 보태지도 못할망정 애들을 힘들게만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둘 중 누구 하나가 더 애틋한 게 아니라 둘 다 나에게 소중한 동생들이라서 말라서 형편없어진 태형이의 얼굴을 보니 또 지금쯤 혼자 울고 있을 지민이가 생각이 나서 가슴이 답답했다.







저 때문에 팀 분위기가 엉망이란 걸 알고는 있지만 형들이나 정국이 기분을 살피기엔 내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것 같아서 도망치듯 부산에 오고 나서도 머릿속엔 온통 태형이 생각뿐이었다. 뇌리에 박힌 듯 떠나지 않는 그날 밤의 낯선 태형이의 모습과 더 이상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빛나지 않아서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술에 취해 잠에 들면 정말 깨고 싶지 않을 만큼 딱 그만큼 괴로웠다. 희미해져 가는 멍 자국을 만져보며 차라리 그때 내가 잘못돼서 태형이가 죄책감에 괴로워했으면 하는 아주 못된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금세 또 태형이 손을 먼저 놔버리고 나쁜 말만 잔뜩 하고 상처만 준 내가 아픈 게 나아서 태형인 조금만 아주 조금만 아팠으면 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왜 이렇게까지 너를 힘들게 하고 나를 괴롭게 해야 하는지 마음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엄마 나 가수 그만할까.”



다 같이 가족끼리 밥을 먹으러 나갔지만 몰리는 인파에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등 떠밀리다시피 저녁을 먹고 도망치듯이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방에만 쳐 박혀있는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온 엄마를 향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미 내가 부산에 내려왔다는 사실만으로 부모님은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짐작했지만 이틀 내내 무슨 일이 있냐는 물음은 들을 수가 없었다. 아들이 걱정되고 신경 쓰이지만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한 뒤로 응석 한번 안 부리는 저를 당신들은 그저 묵묵히 지지해주기만 했다.



“우리 아들이 힘든가 보네, 에구 이리 와 봐. 오랜만에 한 번 안아보자.”


침대 위에 앉아있는 저의 곁으로 다가온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쳐있는 나를 넓은 품으로 기꺼이 품어주셨다. 나보다 한참이나 작은 사람이 어느새 훌쩍 컸지만 여전히 당신에게는 작은 아이를



“힘드니.”


울지 않으려고 눈을 꽉 감고 엄마를 더 끌어안아봐도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이 어떤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것만 같은 유일한 사람이라서 내 편이라서 눈가가 자꾸만 시큰해졌다.



“엄마는... 아니 우리는 항상 지민이 편이야. 그러니까 너가 마음 가는 대로 하렴. 그만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해도 돼. 다른 게 하고 싶으면 다른걸 해도 좋고 쉬고 싶으면 쉬어도 돼 엄마랑 아빠가 이제 지켜줄게.”



어쩌면 괜찮냐고 묻는 말 한마디가 듣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내가 태형이를 밀어내고 놓아 버렸지만왜 어째서인지 무슨 심정으로 그 애에게 상처를 주며 아프게 했는지 알아주길 바랬던 것처럼 누군가는 오롯이 내 편이 되어주길 바랬었다.



“있잖아요... 엄마 나만 마음 독하게 먹으면 괜찮을 줄 알았거든요, 남들이 나를 미워하고 손가락질해도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지만 내가 참으면, 어...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어요.”



걱정을 끼칠게 분명했지만 한 번 터지고 나니 막을 수도 없게 흘러넘쳤다. 누군가가 꽉 틀어막고 있던 마개를 열어버린 듯 주워 담을 수도 없게 마구 쏟아져 내렸다. 너무 힘들었다고 사실 나 지금 너무 힘들고 아프다고 아무에게도 응석 부릴 수도 털어놓을 수도 없었던 꽁꽁 싸매고 있던 가슴에 뭉쳐있던 응어리가 터져 나왔다. 터진 울음에 숨을 집어삼키며 두서없이 뱉어내는 말에도 엄마는 차분하게 나를 기다려주며 등을 토닥거려주고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무한한 애정만을 건네주셨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게 이런 것일까 얼마나 속으로 삼키고 참았는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며 우는 제 아들의 모습에 마음이 너무 아파서 괜찮냐는 그 쉬운 말 한마디도 건네지도 못했다. 언제부턴가 괜찮다는 말을 달고 사는 지민이를 대할 때 우리 아들이 어느새 다 커서 몸도 마음도 어른이된 것만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유별나기도 했다. 워낙에 다정다감한 성격이라 투닥거리며 친하게 지내는 줄 알았는데 내 아들이라 그런지 한 눈에도 아들의 눈빛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너무도 잘 보였었다. 무엇을 하든 부모는 자식편이었다. 힘든 연습생 기간을 거쳐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가수가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어느샌가 부러움의 눈길을 받는 자랑스러운 부모가 되었지만 아들이 행복하지 않으면 그 무엇도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 아들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엄마로서 찾는 건 당연한 거였다.




제자리로 돌아온 일상은 변함이 없었다. 다음 앨범을 준비하기 위해 연습을 하고 녹음을 하며 쳇바퀴 돌아가듯 공연장을 누비는 우리들의 모습에 문득문득 내가 없는 상상을 하니 이상하긴 했지만 슬프지는 않았다. 이르긴 하지만 재계약을 앞둔 시점에서 재계약이 아닌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준비 중인 이기적인 나보다는 정말 음악을 사랑하고 무대를 즐기는 이들에게 내가 팀의 민폐 덩이로 전락하기 전에 먼저 떠나는 게 우리 모두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니 홀가분한 마음이 들어서 조금 편해졌다. 사실 소송까지 가기 전에 회사와 잘 마무리가 되면 좋을 것 같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알아보고 다니시는 부모님께 죄송해서 최대한 회사와 잘 해결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었다.



“지민씨 연습 안 합니까?”



상념에 잠겨있던 나를 깨우는 정국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앞을 보니 꼭 영화 속 한 장면 같았다. 거울 속 한 귀퉁이에 서있는 겁쟁이, 그림같이 서있는 여섯 명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나. 내 모습이 정말 꼭 저 사이에 없어도 괜찮겠 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웃음이 나왔다.



“멋있다.”
“에, 뭐라는 거에요. 이 형이.”


되도록이면 빨리 마무리를 짓고 싶어 컴백 전부터 피디님께 운은 띄워놨었는데 눈치를 체셨는지 자꾸만 만남을 거부하시는 통에 컴백을 며칠 앞둔 이 시점까지 피디님을 뵙지를 못했다.



“지민이 형, 이번에 휴가 때 부산 갈 꺼에요?”
“글쎄.”
“아,어..”
“우리 아직 활동도 시작 안 했는데 휴가 계획부터 세우나 정국이.”


할 말이 있는지 자꾸 주변을 정신 사납게 움직이길래 물끄러미 정국일 바라보니 정말 할 말이 있었던지 습관적으로 솜털을 뜯으려 얼굴에 손대려는 걸 손을 뻗어 제지했다. 버릇 좀 고치라니까 별 타격없는 내 타박에 형들과 태형이 있는 쪽을 한 번 힐끔거리더니 내 팔을 잡고 구석으로 가는 정국이때문에 덩달아 심각해졌다.



“왜에 왜, 무슨 일 있어?”
“아, 쫌 일루와 봐여.”
“꼭 이렇게 비밀스럽게 얘기해야 되는 거야?”
“형, 우리 여행 가요.”


뭐가 그리 큰 비밀이라고 귓가에 속닥대는 정국이가 귀여워서 차마 싫다는 부정적인 말이 나오지가 않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엽게 쳐다보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진짜 슈렉에 나오는 장화 신은 고양이 같았다.


“그래.”
“에, 그게 다에요? 뭐야 뭐가 이렇게 쉬워.”


정국이 성격에 얼마나 고민하다 물어봤을지가 뻔해서 얘가 은근히 이런 건 소심해가지고 내가 거절할까 봐 큰 눈을 깜박이지도 않고 쳐다보는데 망설이지도 않고 가자고 하니 제법 놀라웠는지 몇 번을 확인해왔다.


“대신 비행기표는 너가 끊어.”


나를 안쓰럽게 대하는 형들과는 달리 확실히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아무렇지 않게 대해오는 정국이가 오히려 더 편했다. 나중에 모든 걸 알고 나서 원망을 하더라도 아직은 아니었다.


















잊지않고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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